1. 변신가방
기존에도 그레고리의 코버트 미션이라는 3in1 백팩을 사용중이었다.
3way 백팩이라고 불리는 이런류의 가방은 손잡이(브리프케이스), 숄더스트랩(메신저백), 멜빵끈(백팩)의 세가지 형태로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아래 사진처럼 생긴 단순한 가방이고 뒷면에서 어깨끈을 꺼내 결합하면 백팩으로 쓸 수 있다.
이런류의 가방은 통상 아래처럼 어깨끈을 분리하여 뒷판에 수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밀어 넣는 구조이다.
아주 복잡하거나 번거로운 것은 아닌데, 어깨끈을 하나 하나 분리하여 네개로 분리된 어깨끈을 하나 하나 집어 넣거나, 네곳을 하나하나 꺼내어 다시 결합하는 과정이 좀 귀찮다. 그러다 보니 서류가방 형태일 때, 숄더스트랩을 항상 달고 다니게 됩니다. 그래야 양손이 필요할 때라든가, 손이 아플 때 바로 어깨에 맬 수 있다.
그러다 아무래도 한가지 형태로 마음먹고 나왔을 때 가지고 다니다가 변형을 하자면.. 꽤나 애매한 상황이 발생한다. 백팩으로 매고 싶다면 어디 앉아 차분히 숄더스트랩을 빼고 네가닥의 멜빵끈을 빼서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가 어느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이거다! 노매틱 사의 백팩.
허허... 너무 멋지다.
그냥 저걸 사면 되는데, 개인적으로 브리프케이스 형식의 가방이 더 끌리는게 문제다. 요즘 세상 분위기상 백팩이라고 딱히 못 매고 다닐 곳은 없는데.. 그냥 개인취향 좀 더 브리프케이스 형태로 생긴 가방 중 어깨끈 수납이 편리한 물건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찾은 것이 BLACKEMBER라는 회사의 FORGE-20 백팩이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 가방이다. 왼쪽은 기존에 쓰던 그레고리사 제품. 대략 서류가방형태의 표준적인 사이즈라고 생각하면 된다(아래 사진은 손잡이를 모두 빼어 놓은 상태).
이 백팩은 노매틱 백팩처럼 탁~하고 어깨끈을 펼칠 수는 없다. 어깨끈을 넣는 플랩 부분을 벨크로로 고정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아래처럼 양옆의 벨크로로 닫힌 부분을 열고 어깨끈을 수납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일반적인 변신 가방에 비춰 많이 편하냐...? 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는데..
통상적으로 3way 가방은 3way라지만, 브리프백이나 메신저백처럼 손잡이와 숄더스트랩을 쓰거나, 백팩처럼 멜빵(어깨끈)으로 사용하느냐가 구분된다. 서류가방처럼 손잡이만 잡고 다니다가 좀 힘들면 숄더스트랩으로 어깨에 메고 다니게 된다. 여기서 백팩으로 바꾸려면 숄더 스트랩도 빼야 하고, 어깨끈 네개를 차례차례 결합해야 한다. 아무래도 이동중에 가능한 일은 아니고, 어딘가 앉아 맘먹고 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백팩의 변환이 편리한 만큼 FORGE의 경우는 서류가방처럼 쓸 때, 숄더스트랩을 항상 달고 다닐 필요가 적다. 벨크로로된 플랩을 열고 멜빵끈을 빼내어 백팩으로 바꿔 매는 과정이 마음먹고 자리잡고 해야 할일은 아니니까. 덕분에 숄더 스트랩을 달았다 빼는 과정도 없어진다.
혹여라도 여기까지, 서류가방형태의 가로 수납을 기본으로 한, 멜빵 수납 과정이 편리한 적당한 백팩을 찾는다면 나의 검색 범위 내에서는 대체제가 없었다.
Taskin ONE V2 - 9-in-1 Expandable Backpack | Carry On | Travel Bag | D (taskinsf.com)
찾아보니 유사한 방식으로 어깨끈 수납이 가능한 더 다목적인 가방도 나왔다. 브랜드는 처음 보는 곳이고, 가격은 나쁘지 않은데.. 이 사이즈는 일반 FORGE(포지의 기본형인 30L까지 확장 가능한 가방)의 경쟁대상일듯 하다. 너무 커서 나는 좀 안 끌리지만..
여러가지 재미 있는 기믹이 많아 보인다.
2. 기타 사항
빌드퀄리티는 딱히 흠 잡을 곳은 없다. 내가 받은 물건은 약간의 접착제 자국 같은 점이 두개 찍혀 있었는데, 천의 손상은 아니었다. 바느질 상태나 부자재의 퀄리티도 만족스럽다. 가슴 끈과 내부 노트북 포켓의 걸쇠는 자석 방식이고, 손잡이의 고리는 항공 알루미늄 재질이라고 한다. 방수재질 YKK 지퍼는 매끄럽게 잘 열리고 닫힌다.
재질은 당초에는 CODURA가 아니라 좀 더 고밀도의 매끄럽고 광택나고 부들부들한 재질이었던 것 같은데, 내구성 이슈가 있었던 것 같고, 최근에는 코듀라 재질만 나온다.
코듀라의 특성인지 천 재질이 좀 많이 거친 편이라 먼지가 잘 묻는다. 블랙엠버라는 회사 자체가 약간 터프한 전술가방 같은걸 만들면서 시작한듯하여 스타일 자체가 이쁘장한 깔끔하고는 거리가 있기에, 거친 질감의 재질이 안 어울리지는 않는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새것 같아 뵈지는 않는지, 아내는 나의 가방이 바뀐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씽크패드인가...
위에 사진을 보면 보시다시피 원래쓰던 그레고리 가방과 컨셉이나 디자인이나 비슷하긴 하다.
가방 앞 뒷면에 각 4개씩의 마운트(?) 같은 곳이 있다. 여기에 손잡이를 달거나, 압축용 스트랩을 달거나 할 수 있다.
위 사진처럼 세로로 손잡이를 달 수도 가로로 손잡이를 달 수도 있다(손잡이는 두개만 부속되니 한방향으로만 달아야하고, 사진은 설명을 위한 것이다). 백팩 외형을 원한다면 사이드 핸들을 떼버리거나 세로로 달아 아주 백팩스럽게 만들 수 있다. 가로로 수납하는 내부구조까지야 못바꾸겠지만.
포지20은 확장 기능이 없고, 메인 공간 하나에 노트북 공간이 함께 있다. 일반형 포지는 두개의 공간으로 되어 있고, 메인공간을 확장하여 20L에서 30L로 크기를 키울 수 있다.
포지20은 백팩으로 매면 너무 슬림하기도 하고, 가방 자체가 백팩 뒷판과 어깨끈이 두껍고 노트북 공간 패딩도 두꺼워 딱 통근용이다. 메인 공간은 노트북 하나 넣고 5센티 이하의 서류 정도가 최대치. 앞쪽 지퍼 공간의 크기가 꽤 큰편이라 책 한 두권까지. 옷 같은 걸 넣을 일이 있다면... 이 사이즈로는 어렵다.
더 이상 넣고 다닐 것이 많거나 주로 백팩으로 들고 다닌다면 포지가 나을 것이다. 다만 포지 정도의 무게와 부피를 가진 가방을 브리프케이스처럼 들고 다닐 일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가로로 들고 다니지 않는다면 가로수납으로 구성된 부분은 단점 아닌가... 경우에 따라 다르겠으나 나는 그래서 포지20를 구매했다.
만일 백팩으로 주로 매는데, 어깨끈은 좀 편리하게 깔끔하게 없어지는 것을 원한다면 동사의 섀도우라는 모델도 있다.
이쪽은 완전방수라고 광고하던데, 노매틱 백팩과 디자인, 기타 기능을 놓고 고르면 되지 않을까. 딱히 백팩 끈을 수납하는데 관심이 없다면, 백팩 선택 범위야 무한정 넓어진다.
3. 결론
변신가방을 좋아하고 특히 가로형식의 브리프케이스와 백팩을 오고가는 가방을 선호한다면 디자인과 변형의 용이성 모두에서 납득 가능한 타협점을 찾은 훌륭한 제품이라 하겠다. 독자 중 이런 요상한 취향의 소유자라면 이렇게 외형과 기능 모두를 잡은 대체제는 국내외를 뒤져도 마땅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런 요상한 취향은 역시나 드문 것인지 국내 수입처 할인 가격이 공홈가 보다 꽤 저렴한 상태이며, 판매 사이트에 국내 사용자의 리뷰도 없다. 내가 써준 것이 유일. 아마 블로그 실사용자 리뷰도 내가 유일할 것 같다.
4. 어떤 유튜버의 팁
어떤 외국 유튜버가 벨크로 플랩을 여는 것이 번거로워 카라비너를 이용해서 위 사진처럼 어깨끈을 정리한다고 한다길래, 따라해 봤다. 기본적으로 어깨끈 조절부분이 길게 나와 있지 않아 사이드 손잡이로 가방을 들어도 멜빵이 땅에 막 끌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방법이야 많을수록 좋은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