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폴드는 케이스가 참 적은 편이다. Z폴드2는 꽤나 많은 케이스를 나와 있는데 반해, 폴드는 케이스 자체가 적고 선택지도 많지 않다. 일단 폴드에 번들로 들어 있는 카본 무늬의 케이스는 접착식이라, 탈부착이 조금 번거롭고 먼지가 살짝 낀다는 점만 제외하면 꽤 훌륭하다. 다만 힌지 부분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점이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폴드가 Z폴드2와 달리 외부 액정 자체가 작아서 내 경우엔 외부액정으로 정말 간단한 작업, 전화받기나 삼성페이 정도를 제외하곤 결국 화면을 펼치게 되었다. 이럴꺼면 아재틱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무거워지기도 해서 잘 쓰지 않던 지갑형 플립케이스가 폴드에는 오히려 딱 맞는 케이스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개를 검색해본 결과, 나오는 것이 내셔널지오그래픽 에코 레더케이스와 플라핏 지갑형 케이스였다.
이름 긴 내셔널지오그래픽 에코레더케이스는 폴리우레탄 합성가죽을 이용한 접착식 케이스였다. 내가 원하던 것에 딱 맞긴한데... 진짜 가죽도 아닌데 4만원은 좀 비싼데?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저렴한 플라핏 케이스를 구매해봤다. 그런데 사진에 잘 표현되나 모르겠는데. 어이없게도 앞뒷판 길이가 다르다. 폴드는 일반적이 폰보다 가로 길이가 좁다. 그런데 플라핏 케이스는 뒷판은 폴드의 크기로 잘라 맞추었으나 카드수납부가 있는 앞판은 그냥 일반 폰의 가로 넓이 그대로를 유지해버렸다. 가뜩이나 두꺼운 폰을 워키토키로 만드는 것에 더해, 앞뒷판길이까지 언밸런스하니 이건 너무 너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리까지 뒤져보았지만 딱히 대안이 마땅찮고, 3만원에서 4만원 이상 지불해야 살만한 물건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단 나는 주로 삼성페이를 쓰니 카드 수납칸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안감 같은거 없이 적절한 통가죽으로 바느질 없이 만들면 나름 간단하게 제작이 가능할 것 같았다. 디자인은 아래 사진의 통가죽 다이어리처럼 간단히 가기로 했다.
저기에 뒷면에 카메라 홀만 뚫고 폰을 재접착가능한 3M테이프 같은 것으로 붙이거나 하면 될 것 같았다(결국은 맘에 안든 플라핏 케이스의 뒷면 투명 케이스를 쥐어 뜯어서 접착제로 붙여 사용했다).
가죽은 2T 두께의 푸에블로 가죽을 37레더라는 곳에서 구매했다. 1평에 15000원 정도인데, 지금 보니 두평 살껄 그랬다. 짜투리로는 폰케이스는 더 못 만들겠고 애매하다.
하여튼 그래 저래 해서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일단 하나 밖에 없는 유니크한 케이스라는 점. 겉보기에 꽤 고급스럽고 사용성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든다.
가죽의 무늬는 푸에블로 가죽 특유의 쇠구슬 굴려 나온 무늬라고 하는데, 한달정도 사용한 지금은 더 자연스러운 무늬가 되어 보기 좋다.
가죽의 엣지와 내피면은 모두 물과 사포, 토코놀이라는 수성 마감제를 이용했다. 기성 제품에 많이 사용하는 '기리메'라 불리는 고무재질의 마감제는 몇년 쓰면 떨어지기도 하고, 몇장의 가죽이 바느질이나 접착제로 겹쳐진 경우에 주로 쓰는 것이라 어차피 모든 보강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통가죽의 두께를 이용한 이 물건에는 굳이 쓸필요가 없었다. 표면은 가지고 있던 가죽 크림을 가아끔 발라주고 있다.
물을 너무 쉽게 흡수하는 부분이 조금 불안한데, 가죽 공방 헤비츠(가죽공방 헤비츠라는 곳에서 베지터블 태닝 통가죽을 이용한 다양한 소품을 만드는데, 사용감이 생겨서 번들거리는걸 파티마라 부른다는둥, 가죽이 자연스럽게 사용감이 생기는 것에 대해 열심히 묘사해 놨다)에 의하면 베지터블 통가죽은 수분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가 배출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살짝 젖어도 금새 마르고 심하게 오염되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가죽의 두께 때문에 일반적인 플립케이스처럼 뒤로 360도 접는 것은 어렵다. 딱 180도만 펴는 폴드에 딱 맞는 방식이다. 그래도 부모님은 좀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어 조만간 가죽을 좀 더 사서 더 만들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