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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크롬북 플러스 사용기


1. 구입 배경


서피스 5 또는 서피스 북의 새버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피스 프로3는 액정이 나간채 노트북화 되어 있었고, 서피스3는 누님에게 양도한 터라 터치되고 펜되는 다목적 기기가 필요했다. 


x1 yoga를 구매할까 고민 중이었으나, 16:9 비율은 아무래도 답답해서 선뜻 손이 가질 않고 있었다. 더구나 x1 카본은 2017년 버전에서 베젤을 줄여 외형을 대폭 슬림하게 출시한데 반해 x1 yoga는 usb c 포트가 추가된 것 외에는 딱히 변화한 부분도 없어 보였다. 


태블릿 모드에서 세로 사용을 감안할 때나, 가로사용에서도 편집 과정의 답답함을 고려하면 결국 화면비는 가능하면 3:2여야 하고, 노트북으로 사용비중이 높은 현재, 화면은 크면 클수록 폼팩터는 서피스 프로와 같은 탈착식 보다는 yoga와 같은 백플립 방식이 더 적절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제품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선택지는 서피스북이었으나 정식발매도 안된 제품에 새제품을 기대하는 타이밍이라 지금은 살 수 없었다.


그러던 차 삼성에서 크롬북 플러스라는 제품을 출시하였다고 한다. 12.3인치 3:2 화면에 안드로이드 앱 작동에 s펜으로 생각되는 펜까지. 어 이건 뭔가 원하는 것을 다 갖춘 제품이 아닌가?


문제는 크롬os... 그리고 컴퓨팅 파워가 떨어지는 cpu. m3 cpu를 단 프로가 출시 예정이라지만 크롬os와 안드로이드 앱을 돌리는데는 굳이 프로가 꼭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은 느낌.


결국은 아마존에서 할인 좀 받고해서 구매했다. 



2. 외형 및 사이즈


외형은 깔끔하고 모난 구석 없고, 사용해보니 무게 배분도 괜찮고, 기스도 눈에 띠는 재질이 아니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노트북과 같은 구조여서 어디서나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아무래도 서피스는 킥스탠드와 타입커버를 안정적으로 펼칠 공간이 생각보다 더 필요하다. 아무래도 태블릿으로 쓰기에는 좀 무겁다. 1.08kg인데.... 서피스처럼 어떻게든 타입커버라도 떼어서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아무래도 태블릿으로 사용 빈도는 떨어지게 된다.


전체 크기는 A4용지와 거의 같은 크기인 서피스 프로에 비교하면 정사각형에 가깝게 가로는 짧고 세로는 길다.  주로 들고다니는 탐락 zuma 32 가방에도 잘 들어간다.


액정하단의 베젤이 지나치게 큰 점이 디자인적인 단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 묘하게 괜히 세로로 답답함이 덜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실상 사용하는데는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3. 수준급의 입력장치


이 제품의 장점은 다양한 입력도구를 모두 괜찮은 수준까지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키보드도 그럭저럭 칠만한 느낌이다. 물론 백스페이스 등 양 끝단의 키들이 짧아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는 듯 보이나, 심하게 작은 것 같지 않고 캡스락키를 백스페이스로 돌려놓고 쓰는 내 사용습관에서는 큰 불편이 없다. 더구나 크롬 os 에서 캡스락키를 검색키로 할당하고 있고, 이에 대해 다른 키로 변경까지 지원하는 덕에 검색키(캡스락키)를 백스페이스로 놓고 쓰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실은 구매전에는 크롬os에는 레지스트리 편집기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살짝 고민거리였다.


트랙패드는 상당히 좋다. 일단 키입력 중에 트랙패드가 움직이는 오류가 없고(손바닥을 인식하지 않는다), 두손가락 스와이핑으로 크롬상에서 뒤로가기, 앞으로 가기가 아주 잘 작동하고, 세손가락으로는 탭전환, 아래로 쓸어내리면 태스크 전환이 된다. 일단 그냥 편하게 웹서핑하고 간단히 뭔가 작성하는 정도의 수준에서는 마우스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훌륭하다.


화면 터치 또한 문제 없이 잘 작동한다. 태블릿 모드에서 크롬상의 터치 제스처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한손가락으로 빠르게 쓸어넘기면 앞,뒤로 가기는 잘 작동하나 그외 두손가락 세손가락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스처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없다. 그렇다고 크롬os상에서 터치 관련 확장기능이 존재하지도 않는 것으로 보이고... 


밑에 쓰겠지만 시스템 기능을 건드리는 안드로이드 앱은 작동하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깔면 곤란해질수도 있고 해서 터치 편의성이 높은 편은 아니라 하겠다.


펜. 결국은 이 제품을 구매하게하게 된 큰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펜. 일단 와콤 emr 방식이 아닌 가는 펜촉의 배터리 없는 방식의 펜은 내가 아는 선에선 없으므로 s펜이라고 삼성이 주장하지는 않으나 s펜과 동일한 방식으로 생각되었고 역시 동일하다. 즉 와콤 emr 방식의 펜. 


갤럭시노트와 같이 기울기가 적용된다거나 하지는 않으나 펜촉도 고무팁이 들어 있고 외곽오차도 꽤 잘잡혀 있어서 필기에는 아주 훌륭한 제품이다. 최근 서피스 프로4 펜은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엔트리그 펜 특유의 미묘한 이질감은 사실 그림 그리기 보다 펜필기에서 더 느껴지기 때문에 이 제품에 장착된 펜은 애플펜슬, 와콤에서 나온 태블릿들, 삼성 갤럭시 탭3를 제외하고는 가장 좋은 필기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cpu와 앱의 한계로 인한 느림 외에는 와콤의 펜 필기감과 동일하다.  Squid 라는 앱을 받아 써보니 훌륭하다. 펜 필기가 주력이라도 충분히 사용가능한 물건이다. 다만 펜필기가 주력이라면 무게도 상당하고 안드로이드앱이 완벽히 호환되는 것도 아니니 다른 태블릿류를 알아보는게 낫겠지만...


그림을 제대로 그려보지는 않았지만, 기본으로 들어있는 삼성의 artcavas도 쓸만하고, 페인터 모바일도 쓸만하고, 오토데스크 스케치북 외에도 여러 그림용 앱들이 등장하여 예전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다. 


물론 뭔가 본격적으로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pc의 그것들이 필요할 것이겠으나, 언제나 그렇듯 밥벌이급이 아니라면 자신의 실력이 더 문제이지 도구의 문제는 아닌 것. 도구 탓을 하지 않을 정도의 펜성능과 앱 기능은 제공된다고 보인다.


슬레이트7의 펜과 호환은 가능하나, 갤럭시 노트에서 사용할 때도 그렇듯 세팅의 차이가 있어서 오차가 심하다. 딱히 펜세팅 앱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펜의 길이와 굵기가 불만이라면 일단은 자작 홀더를 만들어서 쓰는 것이 좋을듯 하다. 



4. 크롬OS는 어떠한가...


일단 주 업무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아래한글이 필수인 상황에서 주업무용으로 구매한 것은 아니다. 주업무용이었다면 x1 yoga나 hp spectre 15인치 같은 제품을 골라야 했을 터. 


최근에 dynlist라는 workflowy의 유사 제품에 정착하고 잘 사용중이라 어차피 간단한 정리는 dynalist를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구매한 것이고, 업무활용도가 낮기는 하나 크게 문제는 없다. 


원격데스크탑도 가능하니 정 필요하다면 원격데스크탑을 쓰면 되고. 다만 원격 접속이 은근히 답답해서 잘 안쓰게 되긴 한다.



크롬os는 예상외로 훌륭한 부분과 실망한 부분이 존재하는데, 크롬os 자체의 완성도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좋았다. 다만 새로 추가된 안드로이드앱의 활용에 있어서는 미묘하게 완전히 동화되지 않아 마치 ios를 쓰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

파일관리와 관련해서 특정파일에 연결되는 기본앱을 안드로이드 앱으로 고르는 것이 불가하고, 그 덕에 구글드라이브라 하여도 다운로드 없이 특정앱으로 파일을 바로 여는 것이 파일관리자 상에서 불가능하다. 


결국은 안드로이드앱을 특정 파일을 보는 용도로 쓰려면 그 앱을 먼저 켜고 그앱 자체의 클라우드 접속을 이용하여 클라우드 상의 파일에 접근한 후 열어야 하는 ios식 접근만 가능하다. 접근 방법의 불만을 뺀다면 PDF뷰어로 Xodo라는 앱을 사용하고 있는데, 안드로이드, 윈도우스토어 등에 모두 올라와 있는 앱이라 그런지 클라우드 접속이 가능하여서 원드라이브, 구글 드라이브 사용에 모두 문제가 없다.


실사용에 있던 가장 큰 문제는 태블릿 상태에서 로테이션 락이 자꾸 풀리는 버그인데, 크롬os의 베타채널을 사용하니 그 문제는 해결되어 있었다. 


안드로이드 앱은 그럭저럭 잘 작동하나 키보드 앱 같은 것은 당연하게도 작동하지 않는다. 터치기능의 단조로움을 해소하고나 가장 간단해 보이는 simple pie(안드로이드 커스텀 롬에서 유행하던 파이컨트롤 기능을 단순하게 앱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놓은 앱)를 깔아보았다가 터치 먹통이 되어버려서 상당히 힘든 과정으로 복구하였다. 이후 시스템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앱은 아예 깔지 않는다.


그러나 구매를 합리화했던 나름의 업무가 가능하리는 예상은 사무실 밖에서 주업무를 도통 하지 않게된 사정도 있고, 아무래도윈도용 전용앱을 주로 사용하는 작업환경을 바꾸기가 그리 녹록치 않은 사정도 있어, 결국은 유희용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태이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배터리 관리도 잘되며 콜드부팅이 10초도 걸리지 않는 덕에 태블릿의 느낌으로 사용이 가능한 점은 매우 만족스럽니다.



5. 마치며


개인적으로 외부에서 잠깐 상담 정도가 필요할 뿐이라 (그 이상도 활용해 볼 수는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것 같고...좀 더 신뢰가 생기면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LTE모뎀의 필요성이 높지는 않으나 만약 LTE모뎀이 달려 있거나 씽크패드처럼 사후에라도 달 수 있었다면 가지고 다니면서 뭔가 작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기기가 아닐까 싶다.


당장이라도 대학생들 필기 및 학습용으로 항상 지니고 다니며 활용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거의 만능도구가 아닐까. 필기 좋고, 텍스트 입력 용이하고 가볍고 오래간다. 전공서적 등을 PDF로 보고 필기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좋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또하나의 만능 도구인 원노트가 플레이스토어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며 안드로이드용 원노트자체가 최적화가 별로인지라 원노트로 모든걸 다하던 윈도 태블릿 사용자는 넘어오면 안된다. 오피스도 아무래도 윈도만큼 지원되지 않고, 올인원 기기가 필요한 사람 외에는 만족할만 할 것 같다.



현재 12.3인치의 3:2비율 화면의 와콤 펜이 달린 제품은 일단 존재자체가 많지 않다. 아예 키보드가 없는 제품이라면 아이패드 프로와 갤럭시 탭이 비슷한 역할을 해줄 것이나, 제대로 된 키보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딱히 비교할만한 기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포지션은 주로 서피스를 위시한 윈도 태블릿이 가진 포지션인데, 그러나 이 제품의 OS는 크롬 OS... 참 특이한 기기다.


결국은 펜과 키보드를 위시한 입력, 그리고 좋은 화면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만족하면 쓸 수 있는 보조(!)기기라 결론지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