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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을 안티로 만드는 LG전자의 스마트폰 경영


안티 고객을 팬으로 만든 LG전자 '블로그 경영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1007/h2010071202334421540.htm

엘지블로그의 소비자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옵티머스큐의 2.2 업그레이드를 약속했다는 내용입니다.


제 이야기의 시발점입니다. 이글을 보고 안드로원은 소통의 대상도 아닌가? 하는 불쾌한 생각에 여기 저기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다른 글에도 있지만 원래 엘지 휴대폰의 팬이었던 관계로 좀만 정신차려주지 라는 기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기사가 기업PR기사가 흔히 그렇듯 별것 아닌 일을 뻥튀기하여서 내 놓은 기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새벽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엘지 블로그에서는 정말 사건 있었더군요.

기사의 소재인 엘지전자 블로그입니다. http://blog.lge.com/398 

현재 759개의 댓글이 달려 있으며 옵티머큐의 발매 전 상황인 듯 싶습니다. 주요 내용은 1.6로 발매되는 옵큐의 펌웨어를 2.2까지 약속하라는 것과, 구글인증문제로 출시 시기가 연기되면서 쏟아지는 예약 구매자들의 원성입니다.
이때즈음은 아이폰 4의 발표가 있을 때즈음이어서인지, 제가 눈팅하는 c모사이트가 엘지에 큰 관심이 없어서인지 저는 저런 상황을 전혀 몰랐습니다. 물론 약간은 알고 있었지요. 소식란이나 댓글에서 네이버 검색을 기본 탑재하는 문제로 인증이 늦어진다거나, 칩셋이 3G가 아닌 rev.A용이라 1.6밖에 올리지 못했다는 정도는요. (이런 문제들이 사실 엘지 스마트폰 전략의 부제의 핵심이지요.)

그런데 설마 진짜 그 시기에 그 스펙을 가진 폰이 1.6을 얹고 나오면서 2.2 지원을 위해 예약구매자, 기존 폰 사용자들이 블로그에서 저렇게 '난리'를 쳐야 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안드로이드 폰을 만들어 팔겠다는 제조사의 너무도 당연한 방침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소통'의 경영이 그 시각 그곳에서는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상황파악을 못하는 회사에서 블로그에 벌어진 소비자들의 원성에 2.2 확답을 했다는 것. 그 자체로는 분명 소통 경영입니다. 맞습니다, 소통경영. 다만 그 '소통'의 내용이라는 것이 얼마나 스마폰에 있어서 당연한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들의 무지에) 아연해질 따름 입니다. 

저런 상황을 놓고서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엘지 입장의 합리적인 대안은 딱 두가지 뿐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접고 윈도폰7에 올인한다. 즉 완전히 제조사 측의 펌업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통제 아래 OS의 업그레이드 관리를 받는다. 이럴꺼면 괜찮습니다. 소프트웨어는 마소가 책임져 줄테니 레퍼런스에 맞는 기기를 제작해서 판매만 하면 되겠지요. 그런데 엘지는 새로운 안드로이드 라인을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를 포기하겠다는 의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구글에서 OS업그레이드를 직접 책임진다. 그런데 구글 진영에서는 그럴 의사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넥서스2조차도 발표하지 않는 구글 입장에서 아직 레퍼런스 라인도 업그레이드할 의사보다는 안드로이드 자체의 발전에 더 힘쓰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추후 발매될 다양한 라인의 OS 업그레이드도 모두 제조사인 엘지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란 겁니다.

즉 엘지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소통경영이라는 굿판이 벌어질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엘지측에서 이런 답변이 있더군요. 구글측에서는 한번의 OS업그레이드를 가이드 라인으로 제시했다.

저런 답변이 올라온다는 것이 얼마나 '무지'한가에 대한 반증이라 별로 할말도 없습니다만. 안드로이드는 독점제품이 아닙니다. 세계 모든 폰 제조사들이 능력만 있으면 만들어 팔 수 있는 물건입니다. 가이드 라인을 충족했는가가 문제가 아니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느냐가 문제인 무한 경쟁입니다. 최근 이익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는 회사의 마인드로는 실망스러울 뿐입니다.

아마 블로그 관리자가 매우 곤혹스러웠을 것입니다. 개발자들도 매우 힘들었을 것입니다. (특히 개발자들의 아픔은 정말 이해가 갑니다. 커널을 안정화시키기에도 바쁠 판에 100여개의 어플을 구색맞추기 위해 보냈을 시간을 생각하면....게다가 업글에 맞춰 그짓을 또 해야 한다니요!) 

엘지가 안드로이드를 장착한 스마트폰 시장을 포기하지 않은 이상 OS업그레이드는 일상입니다
. 이제는 어떻게든 다른 파트의 개발인력을 끌어오든, 실력있는 업체에 외주를 주든, 경쟁사에서 인력을 빼오기라도 하든(...) 지속적으로 발매한 폰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상시로 지속해야 할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서 윗선이 제시한 기한에 맞춰 허겁지겁 발매하고 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겁니다.  

안드로원의 업그레이드에 대해 엘지는 보급형이고 한번 오에스 업그레이드가 이뤄졌으니 더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보급형이란 스펙이 보급형이라는 것이지 불안정하고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펌웨어를 참고 쓰는 것이 보급형이 아닙니다. 현재 엘지가 가이드라인에 맞춰 한번 했다는 1.6 펌웨어는 잦은 오류로 온갖 원성을 듣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소스코드의 일부에 기초적인 검토 누락으로 안드로이드의 기본인 구글 서비스 중 일부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http://clien.career.co.kr/cs2/bbs/board.php?bo_table=lecture&wr_id=57849&page=2

안드로원 사용자 분이 직접 소스를 고쳐서 수리해냈습니다. (물론 루트권한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들이 적용할 수 있을만큼 쉬운 팁은 아닙니다.) 엘지의 처사는 '보급형'을 운운할 수준이 못됩니다.


앞서 링크한 엘지블로그 포스트에서는 옵티머스 큐의 구매 예정자들과 안드로원 구매자들의 분쟁도 있었습니다.
전자는 원래 알고 산것 아니냐. 후자는 너네도 똑같은 대접 받을것이라 말이죠.
왜 이용자들끼리도 싸우는 웃지못할 광경이 벌어지는 걸까요.

엘지 블로그에는 지금 이시각에도 안드로원 유저들의 원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블로그 관리자 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뭐 한달전에 그렇게 고생들을 했으니 힘들고 지긋지긋한 것도 이해는 갑니다.

그런데 안드로원 사용자들은 소위 '블랙컨슈머'가 아니라는 겁니다. 되지도 않는 걸 되게 하라며 진상 부리다가 환불받고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가는 그런 부류가 아니라는 겁니다. 나름 기기에 대한 애착이 있고, 선택의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은 쿼티 자판을 가진 적절한 크기의 안드로원이 맘에 들어서 가지게 된 오히려 엘지에 애정이 많은 소비자들입니다.

오랜 엘지휴대폰의 팬들이 엘지의 스마트폰 전략이 피쳐폰 전략과 대동소이하고, 기기의 기획의도와 상관없이 윗선의 입김에 좌우되는 기묘한 구조 때문에, 싸구려를 사고선 억지를 쓰는 사람들로 매도당하고 있습니다.

엘지가 안드로이드폰을 발매하는 한 일상적으로 감내해야할 스마트폰의 OS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을 죄인으로 몰아버린다면 10년 엘지팬이 안티로 돌아서는 것도 순간일 것입니다.

엘지측이 지금 이문제를 묵살하고 넘어가면 잠잠해질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곧 옵큐의 진저브레드 업글이 새로운 소통의 대상이 될 것이고, 옵티머스 Z, 시크... 추후 발매할 모든 엘지 스마트 폰들이 같은 상황을 겪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소통의 경영'을 하시렵니까?

바뀐 흐름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엘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엘지팬으로서의 바램입니다.